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지구를 구할 신기술 – 탄소포집(CCS)은 해답이 될까?

by 팩트수집가 2025. 7. 15.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 등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었고, 이를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이미 대기에 쌓여 있는 이산화탄소(CO₂)를 ‘빨아들이는’ 기술, 즉 탄소포집·저장 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탄소포집 기술은 기후 문제 해결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눈속임에 불과한 ‘면죄부 기술’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정말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CCS의 원리, 가능성, 한계와 과제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지구를 구할 신기술 – 탄소포집(CCS)은 해답이 될까?
지구를 구할 신기술 – 탄소포집(CCS)은 해답이 될까?

 

 

탄소포집 기술이란 무엇인가 – 공기 속 탄소를 다시 땅속으로

탄소포집(CCS)은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기본 원리는 산업 활동이나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대기로 방출하기 전에 포집한 후, 이를 지하의 빈 공간, 고갈된 유전, 염수층 등으로 주입해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CCS 기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첫째, 발전소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중 CO₂를 화학적으로 분리하는 탄소 포집 단계,
둘째, 이를 압축하여 수송관이나 탱크를 통해 저장 장소로 보내는 운송 단계,
셋째, 지하 수백~수천 미터 깊이에 있는 저장소에 CO₂를 주입하는 지하 저장 단계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약 12억 톤의 CO₂를 CCS 기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지금보다 약 30배 이상 확장된 규모를 의미합니다. 이미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상업 규모의 CCS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 프로젝트(Sleipner)’와 미국의 ‘펫라노바(Petra Nova)’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들은 매년 수십만 톤 이상의 CO₂를 지하에 저장하고 있지만, 전 세계 배출량(연 360억 톤)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 CCS는 해법인가, 면피용인가?

이론적으로 CCS는 매우 매력적인 기술입니다.
화석연료를 당장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산업 구조 속에서, CO₂를 줄이는 동시에 기존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과도기적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강, 시멘트, 화학 산업 등 탄소 배출이 필연적인 산업에서 CCS는 유일한 감축 대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술의 비용과 효율성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CCS는 설치와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포집 장비를 붙인 발전소는 에너지 효율이 20~30%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저장 공간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CO₂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려면 지질학적 조건이 까다로운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한정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CCS가 화석연료 산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석유기업은 CCS 기술을 활용해 포집한 CO₂를 다시 지하 유전에 주입해 석유 생산을 늘리는 ‘향상 석유회수(EOR: Enhanced Oil Recovery)’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CCS를 통해 석유를 더 많이 뽑아내면서 "우리는 탄소를 줄이고 있다"는 그린워싱 전략을 펼치는 셈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후 전문가들은 “CCS는 감축 노력의 보조 수단이지, 절대적인 해결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근본적인 탄소 배출 감축 없이 CCS만 강조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CCS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 기술, 정책, 감시가 함께 가야 한다

탄소포집 기술의 미래는 기술 자체의 완성도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CCS가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이 되려면 반드시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 CCS는 화석연료 산업의 연명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환과 병행되어야 하며, 에너지 감축 및 전환을 위한 중간 기술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둘째, 투명한 모니터링과 규제가 필요합니다. CCS는 지하에 CO₂를 주입하는 만큼, 누출 위험이나 지진 가능성 등 안전 문제도 동반되며,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지속적 감시가 필수입니다.

 

셋째, CCS 기술은 선진국만의 기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발도상국도 기후위기 감축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 국제 협력, 기후 재정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CCS는 또 하나의 기후 불평등을 낳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CCS가 존재한다고 해서 탄소배출을 계속해도 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기술은 ‘면죄부’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사이에 시간을 벌어주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마무리 – 기술은 도구일 뿐, 해답은 우리의 선택

탄소포집 기술은 분명 우리가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왜,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에 기대기 전에, 우리는 먼저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단지 숫자의 조작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 전환과 인간의 삶의 방식 변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기술 하나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 해답은 결국 기술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방향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