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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패션은 진짜 친환경일까? – 지속가능한 소비 팩트체크

by 팩트수집가 2025. 7. 16.

비건 패션은 진짜 친환경일까? – 지속가능한 소비 팩트체크


비건(Vegan)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화장품, 자동차 시트, 가구, 그리고 옷까지도 ‘비건’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하고 있죠. 특히 비건 패션(Vegan Fashion)은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고 만들어진 의류, 신발, 가방 등을 말하며,
동물권을 보호하고 환경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앞세워 지속가능한 소비의 대표 주자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 친환경이 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비건 패션이 가진 가치와 그 이면, 그리고 지속가능한 소비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을 중심으로 팩트체크해봅니다.

 

비건 패션은 진짜 친환경일까? – 지속가능한 소비 팩트체크
비건 패션은 진짜 친환경일까? – 지속가능한 소비 팩트체크

 

비건 패션이 말하는 ‘착한 소비’ – 무엇을 지향하는가?

비건 패션은 본래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 의류 생산 방식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가죽, 모피, 울, 실크 등을 사용하지 않고, 그 대체재로 합성피혁(비건 레더), 인조모피, 폴리에스터 섬유 등을 사용하죠. 이런 패션은 주로 동물권 보호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매년 1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가죽, 털, 깃털을 위해 희생되고 있으며,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진 브랜드들과 소비자들이 ‘비건 패션’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패션업계는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시키면서, ‘친환경’,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에코 인증’ 등의 마케팅 문구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보다는 가치와 신념을 담은 브랜드에 지갑을 엽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비건 패션은 윤리적, 환경적 소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곧 환경에 이로운 일일까?”

 

동물 대신 플라스틱? – 비건 패션의 숨겨진 그림자

많은 비건 패션 브랜드는 천연 가죽 대신 합성피혁(비건 레더)을 사용합니다. 이 소재는 ‘가죽처럼 보이지만, 동물성 원료 없이 만든 인조 가죽’이며, 주로 폴리우레탄(PU), PVC(폴리염화비닐) 등의 플라스틱 계열로 제조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건 가죽이 동물 보호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환경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소가죽의 경우 가축 사육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물 소비, 토지 사용이 문제가 되지만, 비건 레더는 반대로 석유 기반 원료 사용, 화학적 가공, 분해 불가능한 미세플라스틱 유출 등의 환경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환경감사위원회(Environmental Audit Committee)는 2019년 보고서에서 “가죽을 대체하기 위해 PVC 기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건 패션 제품의 상당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되며, 저가의 인조소재를 사용한 후 짧은 생애 주기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동물은 보호했지만 토양, 하천, 바다는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건 패션은 정말로 지속가능한 소비일까?”

 

그 대답은 “조건부 예”입니다.

 

진짜 지속가능한 패션이 되기 위한 조건

비건 패션이 진정으로 친환경이 되려면 단지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는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안에는 생산 과정, 원료의 성격, 제품의 내구성, 폐기 이후의 환경 영향까지 모두 고려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기존 합성피혁의 한계를 넘어 ‘친환경 비건 소재’를 개발하는 시도도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인애플 잎(피냅텍스), 사과 껍질, 버섯 균사체, 선인장 가죽 등 식물성 폐기물을 활용한 비건 레더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들은 생분해성, 탄소배출 저감 등의 측면에서 기존 합성피혁보다 훨씬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비건 패션 브랜드가 윤리적 노동 환경, 탄소발자국, 포장재, 물류 방식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역시 변화의 중요한 축입니다. 단순히 '비건'이라는 라벨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그 이면의 소재, 제조 방식, 수명, 브랜드 철학까지 살펴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새 옷을 사기 전에 한 번 더 입고, 오래 입고, 수선하고, 공유하거나 중고로 나누는 문화도 결국은 비건 패션이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의 완성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라벨보다 본질을 보는 소비

비건 패션은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소비 방식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하지만 ‘비건’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진짜 지속가능한 소비는 단순한 유행이나 마케팅을 넘어, 그 물건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선택이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건이라는 라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태도와 의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