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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상승, 왜 그 숫자가 중요한가?

by 팩트수집가 2025. 7. 17.

1.5도 상승, 왜 그 숫자가 중요한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얼핏 보면 단 1.5도라는 수치는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과학자들과 국제기구들은 이 숫자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5도 상승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경계선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전 세계 190여 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낮게,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5도 상승을 넘는 순간 지구가 직면할 심각한 리스크를 수차례 경고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1.5도’일까요? 이 수치는 단지 과학자들의 임의의 설정이 아니라, 지구의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입니다. 지금부터 이 숫자가 갖는 의미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를 살펴보겠습니다.

 

 

기후 시스템의 붕괴: 1.5도와 2도의 차이는 생존의 문제

기온이 1.5도 오르면, 지금보다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이 훨씬 자주, 그리고 강하게 발생합니다. IPCC에 따르면 1.5도 상승 시 전 세계 인구의 약 14%가 극심한 폭염을 매년 경험하게 되며, 2도 상승 시에는 그 비율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또한,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지구 시스템 전체에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산호초 생태계는 1.5도만 올라가도 최대 70% 이상 파괴될 수 있고, 2도에서는 거의 전멸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어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는 수많은 해양 지역 사회에 직접적인 생존 위협으로 작용합니다.

 

농업과 식량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1.5도 상승에서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2도 이상에서는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물 부족과 사막화, 기후 난민 발생 등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1.5도와 2도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수억 명의 삶과 생존을 가르는 기준선입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늦는다”: 탄소예산과 시간표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는 이른바 ‘탄소예산(carbon budget)’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는 우리가 기후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남아 있는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말합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가 1.5도 상승을 넘기지 않기 위해 남은 탄소예산은 약 500-600기가톤(10억 톤) 수준입니다. 현재 전 세계가 매년 약 40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배출을 계속할 경우 약 10-15년 내에 탄소예산은 모두 소진됩니다.

 

즉,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1.5도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됩니다. 이러한 시간표는 매우 촉박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 포집 기술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감축을 가속화해야만 합니다.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입니다. 이 목표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기후재앙의 문을 열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본 1.5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

1.5도 상승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적은 책임을 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고통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 아프리카 내륙 국가들, 남아시아 저지대 국가들처럼 지리적·경제적으로 취약한 곳입니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적지만, 해수면 상승이나 극한기후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거나 식량·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입니다. 고소득 국가들이 과거 수백 년간 산업화를 통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만큼, 지금의 대응에도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대 간 정의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금 기후위기를 방치한다면, 가장 큰 피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가 감당하게 됩니다. 1.5도 목표는 단지 현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1.5도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간 인류가 직면할 삶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1.5도는 더 이상 추상적인 과학자의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농부의 작물 수확, 해변 도시의 안전, 어린이의 건강,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현실적인 기준점입니다.

 

이 숫자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기술이나 이상적인 합의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의 결단, 그리고 행동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모일 때 비로소 1.5도는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1.5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