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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 탄소중립 도시의 조건

by 팩트수집가 2025. 7. 18.

도시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 탄소중립 도시의 조건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체감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영향과 가장 큰 책임을 동시에 지닌 존재가 바로 ‘도시’입니다. 세계 인구의 55%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70%, 온실가스 배출의 약 75%가 도시에서 발생합니다.

도시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 탄소중립 도시의 조건
도시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 탄소중립 도시의 조건

 

이처럼 도시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자 피해자인 동시에, 해결의 열쇠를 쥔 핵심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도시의 탄소중립 실현은 지구적 과제이자 지역사회 수준의 구체적 실천이 요구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도시들은 과연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할까요?

 

도시 설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 구조적 전환이 먼저다

기존의 도시 설계와 인프라는 대체로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화 시대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체계, 에너지 소모가 많은 건축물, 분산된 기능을 가진 도시 구조는 기후위기 시대에 비효율적이고 지속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도시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본 설계와 구조부터 바꾸는 전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대중교통 중심의 이동 시스템이 핵심입니다. 전철, 트램, 자전거 도로,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 조성 등은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유럽 도시들처럼 차량 진입을 제한하거나, 도심 속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저배출 구역(LEZ)’ 제도는 도시의 기후 대응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또한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도 필수적입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단열 성능을 높이고, 태양광 패널이나 지열 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도시 전체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에너지 순환 도시’ 모델로의 전환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도시의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선언에 그칠 뿐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지 나무를 더 심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시민의 참여가 핵심이다 – 아래에서부터의 전환

기후위기는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즉 시민의 일상과 행동이 변화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 소비 습관입니다. 에너지 효율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난방과 냉방을 조절하는 등의 실천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도시 정부는 이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리워드 앱 운영,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적극 운영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소비 또한 도시에서 중요한 실천입니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는 로컬푸드 운동, 중고물품 나눔이나 공유경제 플랫폼 활성화, 제로웨이스트 상점 확대 등은 시민의 소비 패턴을 전환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지속 가능한 정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시민이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자신이 사는 도시의 정책과 예산이 얼마나 기후 대응에 쓰이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후 리터러시(기후문해력)를 높이기 위한 교육, 주민참여예산제, 시민 기후회의 등은 ‘아래에서부터의 기후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탄소중립 도시는 기술과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민의 행동이 도시의 기후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도시 간 연대와 혁신 – 기후위기 대응의 글로벌 경쟁력

기후위기 앞에서 어느 도시도 혼자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한 도시의 기후 정책은 인접 도시와의 연계성, 국가 정책과의 조화, 그리고 국제 협력 속에서만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리더 도시들의 네트워크 형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이 있습니다. 서울, 런던, 파리, 뉴욕, 도쿄 등 100여 개 도시가 가입해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과 기술,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대는 도시 간 경쟁이 아닌 협력 기반의 혁신을 촉진합니다. 탄소 배출량 공개, 교통 탈탄소화 계획 공유, 녹색 건축 기준 개발 등은 글로벌 수준에서 도시의 기후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혁신과 실험이 도시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마트시티, 에너지 자립 마을, 커뮤니티 기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은 도시가 ‘기후위기 실험실’이자 ‘해결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지방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재정적·제도적 지원 또한 중요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야말로 진정한 탄소중립 도시의 기반입니다.

 

맺으며: 기후위기의 해답은 도시 안에 있다

도시는 기후위기의 주범이자 해답입니다. 고도로 밀집된 인구와 산업 구조는 기후 변화의 큰 원인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효율적인 대응과 빠른 전환이 가능한 무대이기도 합니다.

 

탄소중립 도시는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도시 설계의 구조적 전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도시 간의 협력과 혁신이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시민 모두가 인식하는 순간, 도시는 기후위기의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나의 도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이 도시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탄소중립 도시의 첫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