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뜨겁다 – 열섬현상과 도시 기후위기 대응 전략
여름철 도시를 걷다 보면 시골이나 교외보다 훨씬 더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느낌을 받곤 한다. 밤이 되어도 좀처럼 열이 식지 않는 아스팔트 도로, 콘크리트 벽에 반사되는 열기, 미지근한 바람…이 모든 것이 도시를 더욱 ‘덥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이라고 부른다.
열섬현상은 단지 불쾌감을 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가속하고, 도시의 생존 가능성마저 위협하는 ‘도시 기후위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글에서는 열섬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도시의 시스템이 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를 차근차근 풀어보고자 한다.
열섬현상이란 무엇인가 – 도시가 시골보다 더운 이유
열섬현상은 도시 지역의 온도가 주변 농촌이나 교외 지역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기후 현상을 말한다. 이 온도 차이는 낮에는 1~3도 정도일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무려 5도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도시가 밤에도 잘 식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건물, 도로, 주차장 등 대부분의 도시 구조물이 햇빛을 머금고, 그 열을 천천히 방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의 대표적인 자재인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열을 강하게 흡수하고 저장하는 성질이 있다. 낮 동안 축적된 열은 해가 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방출되며, 주변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식물이 거의 없는 도시 환경은 열을 식혀줄 자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인공적인 열만 축적하게 만든다. 게다가 도시의 고층 건물은 바람이 지나는 길을 막아버린다. 이른바 ‘바람길’이 차단되면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며, 그 안에 갇힌 열은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
무심코 틀었던 에어컨 역시 문제다.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그 기계는 동시에 외부로 더운 바람을 내뿜는다. 모든 도심이 동시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순간, 도시는 마치 거대한 히터가 된 듯한 효과를 낳는다.
이렇듯 열섬현상은 단순히 ‘무더위’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그리고 그 영향은 매우 실질적이다. 도시민들의 에너지 소비는 급증하고, 전력 피크 시간에는 정전 위험까지 높아진다. 노약자, 영유아, 만성질환자에게는 열사병과 같은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즉, 열섬은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 위기까지 불러오는 기후 리스크인 셈이다.
도시는 어떻게 기온을 낮출 수 있을까 – 설계와 정책의 힘
열섬현상이 도시의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해결 역시 도시 설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핵심은 도시를 다시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가득 찬 도시에 자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 즉 식물, 물, 바람의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도시 녹화는 그 첫걸음이다. 숲이나 공원 같은 대규모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건물의 옥상이나 벽면을 활용한 수직 녹화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옥상에 나무와 풀이 심어진 건물은 지붕 온도가 20도 이상 낮게 유지되며,
실내 냉방 에너지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시 숲 한 그루는 에어컨 한 대와 맞먹는 냉각 효과를 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또한 도시 내 물의 흐름을 복원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도시에는 종종 작은 하천이나 물길이 복개되거나 사라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수변 공간을 다시 열어두면 주변 온도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다. 분수, 연못, 인공 수로도 도시 내 열기를 식혀주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건물의 색상과 재질도 열섬 대응에 중요한 요소다. 어두운 색의 지붕이나 벽은 열을 더 잘 흡수하지만, 밝은 색상이나 반사율이 높은 재질을 사용할 경우 태양광을 튕겨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고반사 지붕(Cool Roof)이나 투수성 포장재를 적극 도입하면
기존 도시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도시 전반의 교통, 에너지, 건축 정책까지 연계되어야 한다. 전기차 보급, 대중교통 중심 도시계획, 태양광·지열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만 도시는 장기적인 열섬 완화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도시의 기후위기,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열섬현상은 단지 행정이나 기술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 개개인의 인식과 실천이 함께 바뀌어야만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도시 기온이 오르는 것’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주거 방식, 에너지 사용, 교통 습관 등이 열섬을 유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피해를 보는 계층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취약한 이들이다. 이 문제는 환경 이슈이자 사회 정의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적지 않다. 가장 손쉬운 실천은 내 주변에 녹색을 하나 더 들여놓는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식물 하나를 두고, 작은 정원을 가꾸는 일도 도시 열을 줄이는 데 분명 효과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를 보호하고, 옥상 텃밭을 활용하거나 지역 공동체 정원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에어컨 사용 습관도 중요하다. 실내 온도를 낮추는 대신 커튼으로 햇볕을 차단하고,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 걷기,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일상의 변화도 결코 작지 않다.
무더위 쉼터나 쿨링센터에 대한 정보를 주변에 공유하거나, 기후약자인 노인과 어린이, 저소득층 이웃을 돕는 활동도 실질적인 대응이 된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모두에게 닥치지만, 그 영향력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의 기후위기 대응은 나와 내 이웃,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며 책임이다. 정책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도시란 결국 시민이 스스로 만드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