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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오프셋의 진실 – 나무 심기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by 팩트수집가 2025. 7. 31.

탄소 오프셋의 진실 – 나무 심기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당신이 비행기를 타면 나무 한 그루를 심겠습니다."
"탄소중립 제품입니다 – 우리는 나무를 심고 있어요."
요즘 이런 문구를 광고나 포장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바로 탄소 오프셋(Carbon Offset), 즉 ‘탄소 상쇄’라는 개념에서 나온 전략입니다. 탄소 오프셋은 말 그대로 어디선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다른 방식으로 줄이거나 흡수함으로써 상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면, 그만큼 나무를 심거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해
‘결국 총량은 0’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방식이죠.

 

하지만 정말 그렇게 단순하고 명쾌할까요? 과연 나무를 심는 것으로 우리의 탄소 발자국은 지워질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탄소 오프셋의 개념과 의의, 그리고 그 이면에 숨은 문제점과 한계, 마지막으로 진짜 지속가능한 감축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탄소 오프셋의 진실 – 나무 심기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탄소 오프셋의 진실 – 나무 심기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탄소 오프셋이란? – 개념과 작동 방식

탄소 오프셋(Carbon Offset)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나 활동이 자신이 줄이기 어려운 탄소 배출량을 다른 곳에서 흡수 또는 감축함으로써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이 개념은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본격화되었고, 탄소중립(Net Zero)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탄소 상쇄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무 심기: 숲을 조성하거나 보호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함
  •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보급을 지원
  • 메탄 포집/처리 사업: 매립지나 가축농장의 메탄을 회수
  • 개발도상국 친환경 설비 보급: 고효율 조리기구, 정수기 등 보급

이런 프로젝트에 기업이 돈을 투자하거나 구매를 하면, 탄소배출권(Credit)이라는 형식으로 ‘감축 노력’을 증명받게 되고, 이 수치를 자사의 탄소중립 보고서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됩니다. 즉, 탄소 오프셋은 직접 줄이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감축 기여’를 인정받는 방식인 셈입니다.

 

문제는 실효성 – 나무만 심으면 되는 걸까?

탄소 오프셋 전략은 개념상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허점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심은 나무는 진짜 탄소를 흡수할까?

 

기업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 ‘나무 심기’입니다. 하지만 나무는 즉시 탄소를 흡수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수년~수십 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탄소 흡수원이 되며, 그마저도 산불, 병충해, 벌목, 기후변화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즉, 지금 배출한 탄소를 나중에 나무가 없애줄 거라 믿는 구조인 셈이죠. 현재의 배출에 대한 책임을 미래로 미루는 결과가 됩니다.

 

실제로 심었는지도 불분명한 경우 많음


국제 NGO들이 검토한 일부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존재하던 숲을 보호한 것에 대해 새로 상쇄권을 부여하거나 실제로 나무를 심지 않고 서류만 꾸민 사례,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실패한 조림 프로젝트 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즉, 일부 기업이나 단체가 탄소 상쇄를 ‘실질적인 감축’이 아닌 면죄부 혹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상쇄’가 ‘감축’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탄소 오프셋은 애초에 ‘피할 수 없는 배출에 대해 부득이하게 사용하는 보조 수단’이었으나, 현재는 많은 기업이 자신의 실제 배출 감축 노력 없이도 탄소중립을 주장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제품 생산으로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도 20만 톤 분량의 조림 프로젝트에 기부했다고 해서  ‘탄소중립’을 말하는 건 숫자의 논리일 뿐, 실제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효성 – 나무만 심으면 되는 걸까?
문제는 실효성 – 나무만 심으면 되는 걸까?

 

진짜 탄소감축이란? – 진짜와 가짜 상쇄를 구분하자

탄소 오프셋이 완전히 잘못된 개념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건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인 효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진짜 감축인지, 가짜 상쇄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 진짜 감축의 조건

  • 추가성(Additionality): 이 프로젝트가 없었더라면 감축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 지속성(Durability):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구조인지
  •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 외부 기관이 투명하게 감시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인지
  • 중복 방지(No Double Counting): 여러 기업이 동일한 상쇄분을 동시에 주장하지 않는지
  • 직접적인 배출 감축 노력의 병행: 상쇄 이전에, 자사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제품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공장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후, 그럼에도 남은 배출량을 일부 상쇄하는 기업은 상쇄를 책임 있는 보완책으로 사용하는 셈입니다. 반면, 배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숲 사진과 함께 ‘우리는 친환경 기업입니다’라고 홍보만 한다면 그건 ‘그린워싱(Greenwashing)’에 가깝습니다.

 

 나무는 심되, 먼저 줄여야 한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으면 다 해결된다”는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필요한 건 직접적인 감축 노력과 책임 있는 상쇄 전략의 조화입니다. 나무를 심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의 과도한 소비와 배출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됩니다.

 

진짜 변화는 덜 소비하고, 에너지를 아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채식 식단을 실천하고, 기업이 생산 공정을 바꾸고, 사회 전체가 감축을 목표로 재구조화할 때 시작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심되, 먼저 줄이자.

 

그것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솔직한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