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과 크루즈 여행 – 우리가 하늘과 바다에 남기는 탄소발자국
비행기와 크루즈, 여행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비행기는 거의 필수고, 바다 위에서 며칠을 보내는 크루즈 여행은 특별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교통수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기후위기 시대,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는 단순한 이동 수단의 문제가 아닌, 지구의 지속가능성과도 깊이 연결된 질문입니다. 특히 항공산업과 크루즈 산업은 각각 막대한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대표적 산업으로 꼽히며, 그 대안과 변화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항공과 해상 여행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해보려 합니다.
항공산업의 그림자 – 고도 위에서 더 짙어지는 탄소 배출
우리가 타는 여객기는 상공 약 10km 부근을 날아다닙니다. 이 고도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기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항공기가 탄소(CO₂) 외에도 질소산화물(NOx), 수증기, 응결운 등을 함께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영향은 지구온난화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 항공기 1회 비행의 탄소 배출량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파리까지 비행기를 왕복하면 1인당 평균 약 1.9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이는 일반 승용차로 약 7,000km를 주행했을 때 나오는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단 한 번의 해외여행으로 1년치 대중교통 이용의 탄소 절감 효과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 항공산업의 탄소발자국 현황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산업은 연간 약 9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총 탄소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비율만 보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습니다. 항공 여행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특히 중산층이 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항공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 탄소 중립 항공은 가능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폐식용유, 바이오매스, 폐기물 등에서 추출한 연료로,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SAF는 아직 공급량이 적고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바다 위의 떠다니는 도시 – 크루즈 산업의 환경 부담
거대한 크루즈선은 겉보기에 호화롭고 느긋한 여행을 선사하지만, 실상은 바다 위의 '고속도로 유발자'이자 '이동식 발전소'입니다. 수천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머무는 선박이기 때문에, 소비되는 전력과 연료, 음식물 쓰레기, 폐수, 배기가스의 양은 일반 도시 하나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 크루즈 1회 운항 시 배출량은?
한 대형 크루즈선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연료는 약 150250톤의 중유(heavy fuel oil)에 이르며, 이는 대형 항공기의 수십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합니다. 크루즈 한 번의 여행(710일 기준)은 승객 1인당 약 1~2톤의 CO₂를 배출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항구 도시에서 머무는 동안 사용되는 전력도 대부분 선박 내 엔진 발전에 의존하므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황(SO₂) 등의 대기오염물질도 함께 배출됩니다.
🚢 해양 오염과 쓰레기 문제
크루즈는 단순히 탄소 문제만이 아니라, 해양 환경 오염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선상에서 처리된 폐수나 생활하수가 충분히 정화되지 않은 채 바다로 방류되기도 하며, 승객이 많아질수록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 쓰레기도 함께 증가합니다. 바다에 정박하는 동안에도 항만에서 나오는 소음과 매연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 친환경 크루즈로의 전환은 가능할까?
다행히 최근에는 친환경 크루즈 개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일부 선박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태양광 보조 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운항 중입니다. 또한 항구에 정박할 때에는 ‘육상 전력 공급장치(shore power)’를 이용해 자체 엔진 가동을 멈추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크루즈 시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전면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국제 해운 규제와 승객들의 인식 변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은 여행을 위한 선택 – 현실적인 대안과 실천
비행기와 크루즈 없이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 가족 방문, 장거리 출장, 긴 휴가를 계획할 때는 항공과 해상 교통은 여전히 가장 빠르고 편리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전면적 회피보다는 ‘의식적인 사용’과 ‘지속가능한 대안’이 중요합니다.
✅ 탄소 상쇄 프로그램 활용하기
여행 중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다양한 항공사와 NGO에서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비행이나 크루즈로 발생한 탄소량만큼 나무를 심거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대체 수단 고려하기
국내 여행이나 단거리 해외여행에서는 항공 대신 기차, 고속버스, 전기차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철도 기반의 여행이 잘 발달해 있어 탄소를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합니다.
✅ 여행의 빈도와 목적을 재고해보기
필요 이상의 여행을 줄이고, 한 번 갈 때 더 길고 의미 있게 계획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은 이동 횟수를 줄이고 현지에 오래 머물며 문화와 사람을 깊이 있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환경에도 이롭고 삶의 질도 높여줍니다.
✅ 친환경 숙소, 로컬 브랜드 이용
여행지에서 머무는 숙소나 이용하는 서비스도 지속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호텔이나 에코 리조트를 선택하고, 현지에서 생산된 음식을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구도 함께 사랑해야 합니다
여행은 여전히 우리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새로운 곳을 보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경험은 삶의 활력소가 되지요. 그러나 그 자유롭고 아름다운 여행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바꾸어야 합니다.
항공산업과 크루즈 산업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개인 또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항공편, 내가 탑승한 선박, 내가 소비한 여행 경비가 지구의 온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한 여행’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