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난민, 현실이 되다 – 이주해야만 했던 사람들
전쟁, 정치적 박해, 종교 갈등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우리는 ‘난민’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이유로 집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환경 난민(Environmental Refugees)’입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지구의 기후 난민은 이미 수천만 명에 이르렀고, 이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환경 난민이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짚어보겠습니다.
환경 난민이란 누구인가 –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
환경 난민(또는 기후 난민)은 자연재해나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공식적으로는 UN이 인정한 ‘법적 난민’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난민 유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의와 구분
환경 난민은 다음과 같은 원인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 불가
-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마을 침수
- 산불, 폭풍, 홍수 같은 재난으로 인한 강제 이주
국경을 넘지 않아도 국내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이재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 IDP)’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숫자로 보는 현실
UNHCR(유엔난민기구)와 IDMC(국제이재민모니터링센터)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기후 및 자연재해로 인해 3,20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났습니다. 이는 전쟁이나 폭력으로 인한 강제이주보다 더 큰 수치입니다. 이처럼 환경 난민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국제법적 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어디서, 왜 발생하는가 – 기후위기의 최전선
환경 난민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특히 기후에 민감하고 대응 능력이 낮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 나라 자체가 사라질 위기
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등 해수면보다 낮은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침수가 이미 시작됐으며, 일부 주민은 이주를 선택했습니다. IPCC 보고서는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대 1미터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이들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치입니다.
아프리카 – 가뭄과 사막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수단 등 동아프리카 지역은
반복되는 가뭄과 식수 부족, 농경지 황폐화로 농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이 식량난을 피해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내 갈등과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남아시아 – 홍수와 폭풍의 반복
방글라데시는 매년 홍수로 인해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합니다.
2020년 대홍수 당시, 약 450만 명 이상이 임시 대피소로 이주해야 했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는 슬럼가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재정착 없이 떠도는 ‘기후 유랑민’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시들은 기후변화가 단순한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존엄성의 문제임을 말해줍니다.
보호 없는 이주자들 –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
문제는, 환경 난민이 아무리 많아져도 현재의 국제 난민법상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국제법의 한계
1951년 제네바 난민협약은 ‘종교, 인종,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피신한 사람만을 ‘난민’으로 정의합니다.
기후나 자연재해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 난민은 합법적인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하고, 국경을 넘더라도 추방되거나, 이주민으로 분류되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이주에 대한 대응 논의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 이주(Climate Migration)’ 개념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기후난민 비자’를 검토했으며, UN과 IOM(국제이주기구)도 기후 관련 강제이주 대응 정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재정과 제도의 구체성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보다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대부분 선진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비롯되었지만, 피해는 저소득국가와 섬나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기후정의’ 관점에서 재정 지원과 이주 지원 체계 마련에 나서야 하며, 국제법적 보호 장치 마련도 시급합니다.
마무리 – 지금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환경 난민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물에 잠긴 집을 떠나고,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을 버리고, 폭풍을 피해 미지의 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난민으로도, 시민으로도, 보호대상으로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동정이 아닌 책임이며, 기후 이주자들을 위한 제도와 연대의 기반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